마을은 지금

제목 '콩이랑 메주랑' 장자울마을
마을 어르신과 함께 만드는 고추장
'콩이랑 메주랑' 장자울마을 4단지


글_조보라(광산마을플래너)
 



 
계절을 재촉하는 비가 입동을 알리는 11월이다.
지난 11월 3일 수완동 휴먼시아 4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경로당 어르신들과 함께 월동준비를 했다.
마을사업의 일환으로 마을활동가와 주민들이 함께 경로당 어르신들의 전통 장류에 대한 지혜를 나누고 배워가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고추장을 담그거나 메주를 만들어 간장과 된장을 담그는 일은 참 어렵다. 제대로 된 일조량을 맞추기가 힘들고 전통방식으로 메주와 된장을 발효하는 일 또한 호락호락 하지 않다.
부모님께 진즉 배워 둘 걸 하는 아쉬움과 함께 된장, 간장은 마트에서 사먹는 고유 식품이 되어버렸다. 사먹는 고추장, 된장은 어린 시절 집에서 담근 된장으로 만들어 먹던 된장찌개의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했다.
그러던 중 강성호 마을활동가(장자울마을 휴먼시아 4단지)를 통해 경로회 어르신들이 된장, 고추장에 관심 있는 젊은 주민을 모아 직접 만드는 방법을 전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로회 어르신들의 장(醬) 속에는 고추장을 젓고 콩을 삶고 찧고, 반들반들 메주를 만들면서 살아온 인생의 맵고 고소한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찹쌀가리 뽀사서 고춧가루 한봉다리, 물엿, 메주가리를 넣고 그냥 휙휙~ 자꾸 저어주면 금방 만들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보다 머리가 좋은디 이것을 못 하까, 뭣하러 적고 그래. 아참, 엿지름가리를 먼저 전날 담가두었다가 식혀 붓어야 한당께. 식혜 만드는 엿지름가리 알제?’
    
서툰 레시피로 손수 만드신 된장, 고추장은 수완동 휴먼시아 4단지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 교실에서 아이들의 안전한 식탁을 책임진다고 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고추장을 나눠가졌다. 남은 고추장은 11월 8일 전국마을 컴퍼런스 현장에서 판매되고 그 후원금으로 경로당 TV, 냉온수기, 김치냉장고 등 필요한 가전제품들을 장만한다고 하니 참 기분 좋은 나눔이다.
    
한 참여자는 말했다. “아파트를 그냥 왔다 갔다 하다가 경로당에서 고추장 만드는 것을 알았어요. 만들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보람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오늘 저녁 밥상에는 두부가 송송 들어간 된장찌개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추장 불고기를 올려야겠다. 어르신들 손맛은 살짝 나만 아는 비밀로 간직한 채.
첨부파일
작성일자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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